변호사가 꿈이였던 저는 학교에서 배운 얕은 법학 지식을 안고 무작정 인턴을 하겠다고 반대하시는 부모님 몰래 미국으로 왔습니다. 처음 건물에 발을 들여선 순간 화려하고 얼음장처럼 차가워 보이는 분위기에 무섭고 잘못 온 것 같다는 생각들만이 머릿속을 교차했습니다. 들어서자마자부터 김변호사님 사무실에 들어가 복장에서부터 무서워서 들리지도 않는 것에 대해 꾸지람을 듣고 바로 그 날 집에 돌아가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티켓을 예매했습니다. 하지만 몇시간이 지나고나니 처음만 무서운게 아닐까 혼자 타지에 가서 살 자신 있다고 큰 소리 떵떵 치고는 바로 다음날 돌아가기에는 자존심이 상해서 매일같이 비행기 날짜를 미루며 하루하루를 지냈습니다. 약 한달 동안은 퇴근만 하면 집에 가서 모니터에 비행기 예매창을 띄우며 난 내일도 떠날 수 있다고 스스로를 위안하며 지냈는데 어느덧 한달, 두달 그리고는 지금 약 1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.
Receptionist 업무라고 해서 정말 전화만 받고 연결 시켜주기만 하면 되는 간단 업무인줄 알았는데 제가 생각한 것과는 너무도 다르게 서류도 볼 줄 알아야했고 일손이 부족할땐 paralegal 업무도 병행해야 했습니다. 시킨 것만 할 줄 알았던 저는 주어진 업무에 대하여 혼자 저만의 방식으로 잔머리를 돌려가며 일을 해결해야할 상황도 놓이면서 이제는 능청떨며 당황하지 않고 해결책을 찾는 능력도 갖게 된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. 초기에는 왜 내가 이런 것을 해야하나 불만이였지만 지금 돌아보면 내가 이 곳에서 했던 모든 것들이 제 미래의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. 사실 1년전까지만 해도 시야가 좁아 무의식에 항상 “이사람은 중요해,” “저사람은 중요하지 않아” 이런 생각을 갖고 사람들을 분류하며 봐라봤던 기억이 있는데 이 인턴쉽 경험을 통해 한 회사의 구성원 하나하나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닳았습니다. 변호사 관련된 드라마나 영화를 볼때 변호사만 근사하게 나와서 변호사 사무실에서는 변호사만이 전부인 줄 알았던 저는 이 곳에 와서는 모든 일들에 어느 구성원 하나 닿지 않은 손길이 없다는 것을 배웠습니다.
그렇게 비행기 예약 후 매일같이 내일은 꼭 집에 가겠다고 스스로 약속하던 제가 1년을 채웠다는게 인턴쉽 후기를 쓰는 지금도 믿기지가 않습니다. 마주치기만 하면 구박을 한 김변호사님이였지만 저와 제가 타드리는 커피를 그리워하며 베게를 적실 것이라고 믿습니다. 이 경험을 할 수 있게 저에게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드리고 김변호사님과는 반대로 항상 잘 해주시고 회사 분위기를 밝게 해주신 배변호사님께 감사드립니다. 그리고 제가 회사에서 일을 빨리 배우고 적응할 수 있도록 엄격할 땐 엄격하게 친절할땐 친절하게 해주신 김앤배의 모든 변호사님들과 스태프분들께 감사드립니다.